:공지(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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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치, 에스키스
보통 그림을 작업의 준비단계로 스케치 혹은 에스키스 작업을 한다. 우선 그리는 행위 앞에 그리고자하는 마음의 준비를 하면, 여러 방법을 써서 무엇을 그릴 것인지 머리속에 먼저 그림을 그린다. 음악을 들어도 좋고 여행을 다녀온 사진을 둘러봐도 좋다. 혹은 드라마를 보기도 한다. (마음의) 준비가 되고 나면 손을 풀기 위해 연습장이나 스케치북, 얇은 에스키스 북(없다면 A4용지)를 준비한다. 편한 종이와 펜을 들고 '스스슥'하고 머릿속에 그려두었던 이미지를 선으로 나타내본다. 그러다보면 줄줄이 다른 아이디어도 떠오르기도 하고 그때 그때 생각난 단어나 느낌들을 메모해두면 좋다. 나는 주로 종이에 러프한 스케치를 하고 난 뒤 그림 계획서라고 할 수 있는 작은 초벌 그림(소위 에스키스라고 하는 그림)을 그린다. ..
2021.04.04 -
기억하는 그림, 나타내는 방법
기억하는 그림과 나타내는 방법 그림 한 폭에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 경우가 있다. 특정한 날의 공기와 빛, 냄새, 소리 등등. 평면상에 색감과 구도, 빛과 그림자, 선과 면의 조합, 물감의 번짐과 마티에르가 저마다의 그림에 생명을 불어넣어준다. 어떠한 특징을 더 부각시켜주냐에 따라 겉으로 나타나는 그림의 화풍을 짐작 할 수 있다. 또는 주제와 소재에 따라 그림의 특성을 구분하기도 한다. 저의 작업을 굳이 나누자면 재료적, 기법적으로 채색화다. 내가 쓰는 채색 재료는 아교와 호분, 분채, 석채(색을 띈 광물의 가루), 그밖의 수성 채색물감이다. 보통 한국화의 채색화는 수묵채색화정도로 알려져 있는데, 한국화의 채색화 연원은 불교 탱화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수묵채색화의 채색은 ‘수묵담채(水墨淡彩)’..
2021.04.03 -
공간 사이 흐르는 시간
가만히 시계를 바라보고 있으면 흘러간 시간이 다시 돌아올 것만 같은 기억이 있다. 지나버렸지만 되돌릴 수 있을 것 같은 기억들. 기억은 개인의 주관적 경험을 통해 현실과 주변을 인식하는 태도를 반영한다. 개인의 태도는 중첩된 경험과 습관들이 오랜 시간 쌓여서 형성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태도는 대상을 바라보는 인식의 일관성을 어느정도 유지한다. 시계 바늘은 가다 말고 거꾸로 돌아간다. 시간이 흐르는지 아닌지 모르는 어느 느긋한 오후, 점심과 저녁 사이. 특별한 약속도 없고 급하게 할 일도 없어서 들어간 해가 잘 드는 카페. 2층 통유리 넘어 지나다니는 사람을 구경하기도 하고, 손에 닿는 대로 들고나온 소설책을 읽어본다. 살짝 지루해 지면 휴대폰도 뒤적인다. 그 순간 햇살이 눈부셔 안경을 벗고 뿌연 시야..
2021.04.01 -
도시풍경화
도시풍경화 도시풍경화(都市風景畵)란 무엇인가. 한마디로 '도시의 경관이 소재가 된 풍경화'로 정의하여 볼 수 있을 것이다.1 도시의 경관이라고 하면 가장 쉽게 건물(주택, 아파트, 다리 등의 건물建物)과 거리(보도, 광장, 도로 등의 길道)로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 심미적 관점에서 배치된 공원이나 가로수 같은 자연물들도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도시풍경은 유기적으로 도시를 경험하며 느끼고 관찰 되는 공간이다. 지금은 주로 현대화된 도시에서 삶이 이루어지고 있어서 작가의 심상이 녹아든 풍경이 곧 현대 도시가 되기 쉽다. 그래서 도시풍경이라하면 현대 이전의 도시를 떠올리기 쉽지않다. 서양문명화 된 풍경이 아닌 동양적 도시풍경화는 현대의 산수화로도 볼 수 있는데, 그 당시 삶의 현장은 지금 머릿속으..
2021.03.31 -
그림을 그리는 습관
그림을 하나 그리기 위해 한가지에 천착하는 습관. 그 습관 때문에 작업 속도가 느린것인가 고민하기도 한다. 그 오묘한 색감의 깊이와 번짐의 느낌 그거 하나 못놓치겠다고 석채와 분채를 갈아서 빻아서 올리고올리고. 매 작업마다 호분칠에 아교반수를 한다고 허리가 휠듯 아프지만 그래도 결과물이 나오면 안 할 수 없겠다 생각하곤 한다. 그거 누가 알아준다고 그럴지 모르지만, 그래도 내가 아니까 할 수 밖에 없다. 채색화 작업을 하기로 결심한 것도 그 오묘하고 아름다운 색채에 매료 됐으니까 말이다. 사실 허리가 아파도 작업하는 동안은 아픈줄도 모른다 ;) 그동안 육아와 일에 전념하느라 작업을 소홀히 했던것을 반성하며, 다시 한번 힘내서 작품활동을 시작하려한다. 그 마음가짐을 잊지 않으려 이전 작업들과 이후 작업과정..
2021.03.30 -
여행을 기억하는 기술
내가 여행을 기억하는 기술은 그림이다. 그림의 재료는 SNS와 블로그, 그리고 사진이다. 수도없이 보고 또 보는 여행중 찍어둔 몇 천장의 사진을 재료삼아 여행기를 쓰고 에피소드를 기록한다. 기록이 끝나고 나서 SNS와 블로그를 위해 에디팅한 사진들을 추려낸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그런것들로. 그렇게 그 사진속으로 들어가 그날의 냄새와 소리와 빛을 더듬어 머릿속에 스케치를 완성한다. 그러면 심정적 준비는 끝난다. 그림을 그리면 된다. 소포지를 붙이고 말리고를 반복하며 여러장의 화판을 준비한다. 소포지가 마르는 동안 한지 또는 장지를 자르고 아교와 흰색 호분을 잘 개어 반수 준비를 한다. 준비를 끝내면 말린 화판에 잘라둔 종이를 팽팽하게 잘 붙이고 또 마르길 기다린다. 드디어 종이가 말랐다. 그림을..
2021.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