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기억하는 기술

2021. 3. 1. 02:54ArtBook

 

 

비내리던 여행길, 한지에 수간안료, 은분, 금분, 410x140cm, 2015

 

 

내가 여행을 기억하는 기술은 그림이다. 
그림의 재료는 SNS와 블로그, 그리고 사진이다.  수도없이 보고 또 보는 여행중 찍어둔 몇 천장의 사진을 재료삼아  여행기를 쓰고 에피소드를 기록한다. 기록이 끝나고 나서 SNS와 블로그를 위해  에디팅한 사진들을 추려낸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그런것들로. 그렇게 그 사진속으로 들어가 그날의 냄새와 소리와 빛을 더듬어 머릿속에 스케치를 완성한다. 그러면 심정적 준비는 끝난다. 그림을 그리면 된다.

소포지를 붙이고 말리고를 반복하며 여러장의 화판을 준비한다. 소포지가 마르는 동안 한지 또는 장지를 자르고 아교와 흰색 호분을 잘 개어 반수 준비를 한다. 준비를 끝내면 말린 화판에 잘라둔 종이를 팽팽하게 잘 붙이고 또 마르길 기다린다. 드디어 종이가 말랐다. 그림을 그려보자. 아차, 호분반수칠을 안했다. 정성스럽게 잘 개어논 호분을 정성스레 발라 또 말린다. 여기까지 반나절 정도 걸린다.
그 사이 스케치북에 에스키스를 한다. 선을 휘리릭 그어 구도를 잡고 물감으로 대략적인 색감을 잡아본다.
▪️블로그 포스팅 그림준비작업 [스케치, 에스키스]

 이제 진짜 준비는 끝이다.
하루도 끝이난다. 잠도 자야 그림을 그릴 수 있다. 꿈에서도 그 거리를 걷는다. 기억속을 헤멘다. 나의 뇌는 자는 동안에도 열심히 내가 던져둔 이미지와 글의 파편을 조각조각 맞춘다. 지난한 작업을 하는 동안 기억은 되새김되어 뇌리에 박힌다.
가루물감을 개어 색을 듬뿍듬뿍, 머릿속에 담아둔 기억을 잡아꺼내듯 칠해준다. 눈을 부릅뜨고 손을 놀리다보면 이색 저색 여기 저기 꽉꽉 들어차있다. 말리고 칠하고를 수십번에서 수백번 반복하다 더이상 끄집어낼 것이 없어지면, 그림이 완성된다.

시끌시끌, 한지에 분채, 30x30 2015


그렇게 나의 여행의 조각 하나가 완성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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