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풍경화

2021. 3. 31. 13:05ArtBook

여기가 어디더라, 장지에 분채, 은분 30x30cm

도시풍경화

도시풍경화(都市風景畵)란 무엇인가. 한마디로 '도시의 경관이 소재가 된 풍경화'로 정의하여 볼 수 있을 것이다.1 도시의 경관이라고 하면 가장 쉽게 건물(주택, 아파트, 다리 등의 건물建物)과 거리(보도, 광장, 도로 등의 길道)로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 심미적 관점에서 배치된 공원이나 가로수 같은 자연물들도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도시풍경은 유기적으로 도시를 경험하며 느끼고 관찰 되는 공간이다.

지금은 주로 현대화된 도시에서 삶이 이루어지고 있어서 작가의 심상이 녹아든 풍경이 곧 현대 도시가 되기 쉽다. 그래서 도시풍경이라하면 현대 이전의 도시를 떠올리기 쉽지않다. 서양문명화 된 풍경이 아닌 동양적 도시풍경화는 현대의 산수화로도 볼 수 있는데, 그 당시 삶의 현장은 지금 머릿속으로 떠올리는 도시의 모습과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산수화가 '도시풍경화'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한 것은 조선시대 이후의 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 시기에 비로소 한양과 같은 본격적인 계획도시가 나타났을 뿐만 아니라, 화가의 시각 면에서도 사람들의 삶과 환경을 원경으로 이상적으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닌 근경으로 그들의 삶을 현실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형성되었기 때문이다.2 그런 이유에서 조선후기에는 평민들의 실생활을 그린 풍속화가 성행하였고 그것이 대중문화를 이끄는 힘이 되기도 하였다. 실생활을 그린 풍속화와 이념산수화가 현대로 오면서 자연스럽게 근대화된 서양 풍경의 영향을 받아 도시풍경화가 생겨난 것이다.

한국의 도시풍경화는 산수풍경화로부터 비롯되는데, 초기의 산수풍경화는 고려조의 불교미술과 승려화가들 중심의 청록산수화 시대를 거쳐 조선조의 유교적 선비사상을 배경으로 한 문인화가들의 수묵산수화 시대로 이어지면서 한국화적 특색을 나타내기 시작한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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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문탈사(寺門脫蓑), 영조17년, 31.1×21.2, 비단에 채색>


진경산수화를 이룩한 정선의 작품들 중에는 현대적 의미로 도시풍경화로 볼 수 있는 풍경화들이 있다. 그 중 정선의 <사문탈사(寺門脫蓑)> 같은 경우는 건물과 도로와 함께 주변 풍광이 그려져 있어 현대의 도시풍경화의 요소들을 볼 수 있다. 정선의 풍경화뿐만 아니라 김홍도나 신윤복, 윤두서와 같은 화가들의 풍속화 작품도 도시풍경화의 발달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산천을 통한 이념 산수화가 아닌 현실세계의 풍속을 그린 풍속화에서 실경을 그린 실경 산수화는 화가의 의식세계에 변화가 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회화에 대한 다른 방식으로의 사유를 인정하게 된 것이다.

변화를 받아들이며 자연스럽게 조선후기의 회화에서 현대도시풍경화로의 연결점이 생겼다. 그러나 아쉽게도 식민지 시대를 거치며 자주적인 발전이 어렵게 되었다. 광복 후에도 급격한 근대화로 현대화가 진행되면서 서구적인 도시의 구축이 일어났고 생활터전도 변화되어왔다.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면서 서양화법을 수용하였고 방법적인 측면에서는 한국적 회화를 벗어나려 했다. 그러나 그것은 새로운 변화의 흐름과 함께하고자 한 노력이다.


-참고-

1. 오보환, 현대 도시풍경화 연구Study of Modern Townscape in Korean Painting, 교육연구 제15권, 155-175p.

2. 앞의 논문, 155-175p.

3. 앞의 논문, 155-17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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